신평교수 윤석열 후보의 한판승 대장동사태도 버거운데 부인 김혜경 씨의 회복불가능 상태
[윤석열 후보의 한판승]
토론회 내내 미소를 짓는 사람은 윤석열 후보밖에 없었다. 윤석열 후보는 그만큼 여유가 있었고, 또 토론회 전반의 상황을 자신의 머릿속에서 아우르며 토론을 하였다. 자연히 그의 말에는 힘이 실리고 상대의 말을 숙지하였고 또 그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오랜 토론의 경험에 비추어, 토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상황지배력’을 윤석열 후보가 어제의 토론회처럼 확실하게 나타낸 적은 없었다. 얼마 전 국민의 힘 경선 토론을 16번이나 하였다. 그는 여기에서는 불충분하게밖에 발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제는 거의 완벽하고 탁월한 상황지배력을 나타내었다.
국민의 힘 토론회에서는 워낙 유승민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협공이 심했다. 그들은 윤 후보를 깔보고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또 마음껏 조롱했다. 시종일관이었다. 두 사람의 노련한 정객이 체면을 가리지 않고 해대는 공격에 윤 후보도 속수무책이었으리라. 적들로 완전히 둘러싸인 국감장에서도 박범계 의원을 향하여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요!”라고 일갈하던 호랑이는 그 본색을 드러낼 수 없었다. 무차별로 공격을 받은 어느 토론회를 마치고 그가 쓸쓸히 연단을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동네깡패 식의 한 사람 두들겨패기로 시종일관한 유승민과 홍준표는 그들이 만용을 부린 토론회의 결과 결국 ‘찌질한 정치인’의 낙인을 받았다. 그들이 과연 재기할 수 있을까.
어제의 토론회에서는 내가 ‘상황지배력’ 발휘외에 또 예상했던 대로, 그 몹쓸 협공구도가 나타나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는 어디까지나 성실하고 진지했다. 그리고 정권교체의 대의명분을 허물며 여당의 이재명 후보를 옹호하는 따위의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 점에서 그는 단일화의 싹을 남겨둘 수 있었고, 또 유승민, 홍준표와는 격이 다른, 정치인으로서의 담백하고 결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재명 후보는 전반적으로 잘했다. 그러나 토론회 내내 표정이 어두웠다. 대장동사태도 버거운데 부인 김혜경 씨의 회복불가능한 듯이 보이는 스캔들이 다시 터진 탓이 아닐까. 그리고 이제 국민 앞에서 대장동 사태의 윤곽을 솔직히 드러내며 사과를 구하리라고 예상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남은 세 번의 토론회에서도 그는 여전히 그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걸어왔던 아웃사이더로서의 참담한 역정, 이를 영광스럽게 극복하며 그가 이루어내었던 위대한 레거시(legacy)가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이만한 정치인이 다시 나타나기까지 우리는 오랜 세월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될지 모른다.
사족으로 한 가지만 더 말하자. 우리가 세계에서 극단적으로 대외의존형 경제체제를 유지하며 경제적 번영을 이룩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정치인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외국어는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었으면 한다.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알이(RE)100’, ‘EU Taxonomy’를 내걸며 윤 후보를 압박하였다. 그런데 나는 이 후보의 영어발음 자체를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발음 자체로만 판단하면, 이 후보의 영어구사력은 그리 신통치 않아 보인다. 반면에 네 사람 중 유일하게 영어발음을 제대로 낸 사람은 윤 후보밖에 없었다. ‘THAAD’가 주요 쟁점이 되었으나 윤 후보만이 그 정확한 발음을 내었다. 아마 MZ세대들이나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어제의 토론회를 보았더라면 나와 같이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으리라 본다.
이상은 비교적 객관적인 분석을 하려고 한 것이다. 조금 주관에 치우치는 몇 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나는 어제 토론회를 보며 한 마리의 호랑이가 드디어 수풀에서 튀어나오는 감을 느꼈다. 그는 시종일관 위엄을 갖추었으되 부드럽고 너그러운 자세를 잃지 않았다. 토론회는 그의 한판승으로 귀결되었다고 본다.







덧: 한 해의 기운이 바뀐다는 입춘날입니다. 포석정 가는 길에 김영춘 선생을 찾아가 귀한 글씨를 얻어 대문에 붙였습니다. 소소한 행복감이 몸에 스며듭니다.^^